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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태우 님께서 남기신 글 (2004-06-15 23:51:07, Hit : 1426)
20040517 - 강원울릉 1

5월 17일


  원래 여행같은건 생각도 못하고 있었는데, 어쩌다 갑작스레 시간이 나,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한 2주쯤 전부터 될지도 모르겠다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워낙 정신 없어서 제대로 된 계획도 없이 떠난다. 일단 계획은 한번도 안가본 설악산(다들 내가 한번도 안가봤다면 안믿는다 -_-;;; 5월 15일까지 통제되던 구간이라 볼만하지 싶다.), 그리고 울릉도인데.. 어찌 될려나. 막상 며칠 갔다올려고 해도 이것저것 신경쓸게 많다보니 연구실에서 어물쩡대고 하다가 좀 느지막히 출발하다.


  덕분에 버스시간을 한 30분을 남겨두고 강변역에 도착.. 얼른 뛰어가서는 6시 오색행 버스를 끊고, 다시 롯데마트로 뛰어가 물건을 이것저것 집어든다. 대략 랜턴과 초코바(2개는 묵호 여관방에 놓고 왔다.) 양갱, 사탕 및 물.. 정신없이 챙기다가 얼른 건너가 또 김밥 사서 버스에 오르니 버스 금방 출발한다. 시작부터 정신이 없군. 6시에 출발하는 버스는 평일이라고는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딱 7명만 타있을 뿐이었고 고속도로를 타고 갈줄 알았는데 국도를 타고 간다. 강변역을 출발해서 6번국도를 타고 근 30분도 안되 우리집(덕소)를 지나 양평으로 들어선다. 시내버스도 이렇게 빨랐으면 좋겠네.. 한강을 끼고 달리던 버스는 어느덧 터널 몇 개를 지나쳐 양평으로 들어선다. 중앙선 철로를 따라 주욱~ 가는데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해지며 뒤쪽 한강쪽으로 해가 질려는 기미.. 해가 질려나 싶더니 금새 날이 어두워진다. 버스는 양평을 지나 용문쪽으로하여 홍천에 들어선다. 이쯤가니 이미 양쪽은 쭉 논이다. 모내기 전인 듯 한데 물채워놓은 논이 보기 좋군.. 할 일도 없고, 잠도 안오고 주위를 둘러보며 가는데, 가끔 국도휴게소가 보인다. 휴게소는 고속도로에만 있는게 아니었다..?(무식의 소치다.. -_-;;) 화양강랜드라는 휴게소에서 잠시 쉬며, 고구마튀김을 주워먹고 또 열심히 설악산을 향해간다. 어느덧 인제 원통 지나다. 생각보다 가깝구나, 인제원통에 군대갔다온 넘들은 다 5,6시간 걸린다더니.. 다 뻥이었군. 이런 동네에도 있을건 다 있다. 노래방,피씨방,편의점 등등등. 역시 이 근방에 오니까 군부대가 많다. ㅎㅎ, 고생들 하시네.. 군인 아우들(-_-).. 버스에 총 7명이 있었는데 다 인제원통에서 내리고 둘밖에 안남었다. 꼬불꼬불길들, 한참을 올라가서 겨우 한계령에 당도한다. 운전사 아저씨와 졸고있는 승객두명, 밖에는 지나가는 차도 별로 없고 옆으로는 나무가 휘휘 지나가고 꼭 무슨 호러물에 등장하는 버스같다. 근 9시쯤 되어 오색에 도착한다.





  왜이리 빨리도착했는지, 밀리지도 않고. 원래는 10시쯤은 되야 도착하지 않겠나 싶었는데, 그래서 12시쯤 출발해야지 했었는데... 야간산행 자체가 단풍때 빼고는 금지되어 있어서 산행은 일출 2시간전밖에 안된다고.. 그러니 새벽 3시.. 오색 도착하자 깜깜한게 사람도 한명도 없고, 꼭 4차원의 동네같다. 한 500미터쯤 걸어 가게도 있는데 가니 그나마.. 생각과 달리, 관광객은 거의 없는 듯.. 원래는 사람들 틈바구니에 껴서 등산하지 않을까 했는데.. 원래 오색에서 대청봉 가는길이 산불방지 기간이라 5월 30일까지 안되다가 비도 꽤 오고 해서 15일부터 풀렸단다, 그래서 새산을 오르는 기분일 듯.. 아무리 뒤저봐도 어딘가 쉴만한 곳은 없을 것 같고 천상 어디 모텔같은데를 들어가야겠다. 가게에서 컵라면과 막걸리를 사들고 오색온천장으로 들어간다. 한 15000원까지 깍아서 잘수 있었는데 연석이가 2만원을 내버린다. 도둑질도 맘이 맞아야 해먹지.. 이런.. 탁상시계를 빌려주길래 시간을 2시 반점도로 맞춰놓고 사온 것들을 먹고는 장길산을 보다가 잠이든다. 1회인데 꽤 재밌네.. 담날 막걸리 트림 나와서 괴로웠다.



5월 18일








  새벽 2시 40분에 일어나서 간단히 세수하고 나오다. 정말로 사람 하나도 없다. 3시 5분쯤 도착했는데 매표소가 문을 안열었고.. 사람이 왔다는 표시를 하니 매표소에 불이 켜지고 문을 열어준다. 우리가 첫손님이군.. ㅋ. 이렇게 3시 15분, 등산을 시작한다. 깜깜하다, 후레쉬 없으면 전혀 안보이는.. 그럭저럭 불빛에 의지해 걸을만은 한데, 개울가에 다리 건널때는... 다리는 불안한데, 밑은 보이지 않고 물소리만 나는게.. 기분이 참 거시기하다.. 날은 그렇게 쌀쌀하지는 않고 걸으면서 차차 더워짐.. 한 2킬로쯤 가니까 괜찮다. 한발한발 후레쉬 불빛에 의지해서 올라간다. 엄한 군용 랜턴은 금방 불이 어두워진다. 2시간도 안됬는데.. 버려야지.. 설악폭포는 못보고, 근처의 조그만 개울가에서 잠깐 쉬기로 한다. 개울가의 물은 정말 시원하다. 세수하고 나니 정신이 확 드는 듯.. 한 20분쯤 되었나? 더 있으면 몸이 식을거 같아서 얼른 올라간다. 4시반쯤 이미 동이트기 시작하고, 조금전까진 도움이 되던 군용 렌턴은 천박꾸러기다.. 점점 흐려지더니 죽어버렸다..(결국 내려가서 버렸다.. -_-;;) 그렇게 밝지는 않지만 어찌어찌 다닐만함.. 시민 박명시간이군. 야간산행이 처음이라 좀 쫄기는 했는데 천천히 가니 별 문제는 없는 듯.. 가면서 이래저래 폭포소리와 새소리, 바람소리를 녹음했는데 막상 돌아와서 들었더니 너무 작아서 영 아니다.. 근 3킬로쯤까지 오르는게 조금 힘들다가 얼마 안남으니까 길은 그다지 나쁘지 않다. 문제는 날씨.. 시간 되면서 저쪽에서 해가 올라오는 듯 싶더니 3.5킬로쯤 왔을때쯤부터 정신없이 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설악산에 특히 대청봉에 그렇게 바람이 많다더니 벌써부터 이러나 하고 올라가는데 점점 장난이 아니다. 해는 당근 안보이고 안개가 잔뜩 꼈는데 바람이 부니까 꼭 비오는 것처럼 안경도 1분마다 뿌얘지고 앞도 한 10미터 넘어가면 잘 안보인다. 날도 추워져서 덥다고 벗어대던 옷들을 다시 주워입기 시작한다. 다시 내려갈수야 없다는 생각에 쉬지도 않고 계속 올라감.. 배고픈데.. 하여, 겨우 3시간쯤만에 대청 도착. 날 좋으면 경치가 꽤나 괜찮을텐데 조금 앞도 잘 안보인다. 바람이 정말 많이 불어 사람 날라갈거 같다. 사진 한방 찍을라는데 기둥 안잡고 있으면 넘어질듯함. 비도 올 것 같고.. 결국 대청에서는 사진한방 찍고 금방 내려옴. 밥을 안먹어서 배고프고 힘들고 한데, 쉬었다가는 정말 조난당할 분위기여서 한 3.5킬로 지점부터는 쉬지도 않고 지나왔다. 한 500미터 가는데 죽을뻔했다. 그나마 중청 대피소가 있다는걸 아니까 가는거지 그렇지 않으면 가지도 못할거 같다.


  대청 지나쳐서 조금 간 후에야 겨우 오늘 처음으로 등산객을 만났다. 중청에서 오색으로 내려갈려는 듯한.. 이리저리 힘들게 중청까지 갔더니 중청에 있는 사람들이 어떻게 올라왔냐고 놀란다.. 온도는 5도에 바람이 불어서 체감온도가 영하 5도 -_-;;; 7시에 도착.. 등산객은 한 5,6명쯤 있다. 간신히 컵라면 사서 끓여먹고 나니, 좀 날씨도 괜찮아진다. 사람들도 출발했나보다. 대피소 아저씨의 말로는 소청까지만 가면 날씨가 맑단다. 믿어지지는 않지만 믿어야지 어쩌겠는가.. 중청, 대청 주변만 날씨가 이꼴이라는데.. 대피소 아저씨는 나이는 48살인데 정말 젊어 보인다. 이산, 저산의 대피소를 옮겨다니는 듯한데 73년부터 산을 타서, 지금은 산이 집같다고 하신다. 컵라면을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다.(과정이 중요, 관심을 가지고 봐라. 자연이 선생님이다..) 재밌는 아저씨다. 내려 올려는데 봉지를 하나 주면서 가는 도중에 쓰레기를 담아서 희운각 대피소에 놓고가라고 하신다. 쓰레기값으로 중청 커피(딱 좋다..)도 한잔 얻어먹고 7시 50분쯤 대피소를 나선다. 다음엔 도봉산에서 보자는 거 보니 그쪽으로 가시는 듯.. 쓰레기가 그다지 많지는 않다. 한봉지쯤 주웠나..











  소청 지나면서도 바람이 그렇게 부는데 철쭉꽃이 잘도 피고 있다. 이 바람속에 안날라가고.. 끈질긴 생명력.. 소청 지나면서 보니 장관인데.. 안개가 뿌옇게 끼어서 잘 안보인다.. 잠깐씩 잠깐씩 모습을 드러내는데 카메라를 들이대면 다시 가린다.. 역시 설악의 모습은 한번 온사람에게는 안보여준다는건가..? 아쉽긴 하지만 다음번 산행을 계획해봐야겠다.. 가을쯤하여 단풍 이쁠 때 오색이나 한계령으로 올라와서 공룡능선 넘어서 와보자꾸나.. 천불동은 오늘 갈 터이니.. 내려가던 길에 종종 중청에서 잠깐 봤던 독일 친구와 마주치며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열심히 내려가다.. 딱 김밥만 있었으면 좋았을터인데.. 소풍 필이 난다. 바쁠 것도 없고 하여, 중간에 쉬기도 하고, 사진도 찍고.. 내려가자니, 이놈의 다람쥐가 계속 따라다닌다. 겁 없는놈 가까이 가도 피하지도 않고 오히려 포즈를 잡는 듯 고개를 바짝 든다.. -_-












  어느덧 천불동 계곡으로 들어선다. 계속되는 계단길이다. 저번달에 발목을 접지른후 계속해서 습관적으로 삐끗삐끗 하고 있다보니, 몸상태가 상당히 안좋다. 이것조금 걸었다고 엄지쪽에 물집도 생기고, 연석이도 무릎이 안좋단다. 그러다 보니 쉬엄쉬엄 경치 구경하며 내려가다. 아저씨 말대로 소청 지나니까 날씨가 정말 맑아진다.. 어째 뒤쪽으로는 하늘이 검고 앞쪽은 맑은 하늘인 것이.. 거참.. 계단 때문에 좀 힘들기는 하지만 천불동 계곡은 사람도 없고 깨끗한게 아주 좋다. 기암절벽에 폭포들, 그 물색깔하니.. 천천히 사진 찍어대며 내려간다. 발이 고생하다보니 중간에 탁족도 해주고.. 물 시원하기가, 발이 얼어버릴 것 같다. 천천히 내려오다보니 다시 날이 깜깜해지며 비가 오기 시작해 마지막 1킬로를 뛰어내려오다. 내려오고 나니 비가 그친다 -_-;;; 비선대에서 하산주의 유혹을 떨치지 못하고, 또한 배도 고팠기에 산채비빔밥에 동동주를 구한다. 왕창 담아준 산채비빔밥, 잘도 넘어가는 동동주 맛은 일품이고 먹고나니 정신이 없다. 배부르니 잠만 오는구나.. 요 언제부턴가 몸이 좀 않좋아져서 막걸리 한잔 하고 더 내려갈려니.. 영.. 좀만 내려가다 보니, 사람이 확확 늘어나더니, 어느순간 교복입은 중고딩들에 포위되어 버렸다.. 허억.. 수학여행.. 맘에 안드는 절 하나와 거기서 쏟아져 나오는 수백명의 아그들.. 케이블카 타는곳을 지나니 주차해있는 관광버스 수십대.. 쉬엄쉬엄 갈라 했더니 길을 재촉하게 만드는구나.. 얼른 7-1번 버스를 타고 속초로 이동한다. 원래 양양을 거쳐 속초로 갈려 하였으나 바로 가는게 없다네.. 여튼 1시반쯤 나름 긴 산행을 마치고 이동, 속초 도착하자 바로 강릉으로 직행하였다.





  속초 시내버스 터미널에서 아이스크림 하나 빨며 버스에 오른 시간이 2시 반.. 뒤좌석 앉은 커플것들이 소곤소곤대며 잠을 방해하기는 했지만.. 버스는 금방 출발하고 한시간 가량을, (바다를 끼고 달릴줄 알았는데 바닷가는 별로 없다 -_-;;) 달려 3시 40분에 딱 강릉 터미널에 내려준다. 아주 순조롭게.. 문제는 여기서부터였으나, 이때까지는 아무 생각이 없었다.. 딱 버스에서 내리자 오기 시작하는 비.. 재수가 없는건지.. 쩝.. 오늘 날시 참 자주도 바뀐다.. 주변에 있는 렌트카 전화번호 몇 개를 옮겨적고는 주변에 여관을 잡으러 간는데 어처구니 없게 시외버스 터미널 주변임에도 불구하고 여관이나 모텔 비슷한것도 없다. 저쪽에 모텔 두 개가 있는데 딱 러브호텔 분위기.. 저기라도 갈까 하다가 문에 붙어있는 하트 무늬를 보고는 차마 못들어가고 다시 나온다.. 아아.. 이게 뭐람.. 결국 40분 가량을 강릉 터미널 주변을 헤메다가 결국 주위 아저씨한테 물어보고는 구 기차역 있는 곳으로 이동, 모텔은 잡는다.. 터미널근처에 그리도 안보이던 모텔.. 쌔고 쌨다. 갑자기 장대비가 내리는 바람에 택시 타고 이동하다. 몸도 좀 피곤했었고.. 방은 2만원이었고 그럭저럭 잘만하다. 뜨뜻한 물에 샤워한번 해주고 맥주캔 한잔 하니 몸이 녹아나는 기분이다.. 렌트카 예약.. 베르나 정도로 할라는데 렌트집마다 더 비싼차를 권한다. 결국 4번째에 연락한 집에서 베르나 3만원에 예약.. 생각보다 싸네.. 10시간인데.. 민박집도 고바우 민박과 태조민박을 고민하다가 태조민박으로 해서 4박에 6만원에 하기로 예약.. 이것도 이쯤하여 만족이요.. 틀어놓은 티비를 보다가 어느순간 잠들어 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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